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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들이 보기 좋다.




하루 중 일부의 시간은 사방이 모두 캔버스로 뒤덮여 있는 공간에서 보낸다. 벽과 창문 그리고 출입문조차 모두 캔버스 창으로 덮여 있다. 천장은 빛이 있고, 바닥은 나를 포함한 이 공간을 붙잡고 있다. 온전한 나의(나만의 것은 아닌) 세상에서, 캔버스 창에서 들리는, 비어있거나 너무 꽉 차 버린 소리와 음악에 몰입한다. 그러다 몸을 일으켜 그 소리들을 만져 나간다. 소리가 나에게 바라는 것들이 들려지고 느껴지는 데로, 그렇게 그 소리들을 만지고 또 만진다. 창 너머의 존재들은 모두 동시에 뭔가 바란다. 소리를 내기도 하고, 침묵하기도 한다. 소리들은 듣기 싫은 것도 있고, 듣기 좋은 것도 있고, 음악 같은 것도 있다. 침묵하는 것들은 사실 시끄러운 것도 있고 조용한 것도 있다.


이 들은 나에 의해 만들어졌다. 바로 나의 영토이며, 나의 세상인 것이다. 나는 나의 영토에서 독재자이기를 두려워한다. 창의 모든 존재들은 바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재촉하지도 불만하지도 않는다. 나도 불평하거나 조급해하지 않는다. 나와 그들은 그저 서로 어울려 각자를 있는 그대로 관계한다. 나는 그것이 보기 좋다. 그들의 어울림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보기 좋다. 듣기 싫은 소리도 보기 좋고, 시끄러운 소리도 보기 좋다.


그렇게 보기 좋은 에너지들은 또 나의 몸과 정신을 일으킨다. 그들은 나에게 변화를 바란다. 그 자체로도 좋지만 더 좋기를 욕구한다. 나도 그들처럼 나의 부정적인 것도 보기 좋다. 다른 어떤 것과 함께 어울리기 때문이다. 나도 변화를 바란다. 더 좋기를 욕구한다. 나를 스스로 만들어 더 좋기를 욕구한다.


그들은 혼자만의 욕구로 욕구하지 않는다. 전체성의 어울림을 위한 욕구를 모두 함께 욕구한다. 나는 그 소리들이 보기 좋다.



최문찬 작가 노트 중에서.


Gallery INDEX에서 전화가 왔다. 7월 6일~18일 개인전을 하자고 한다. 그래서 이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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